일상/책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 토마스만 지음

보건교육사 리창 2020. 12. 14. 18:30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 토마스만 지음>

건조한 문체와 지나칠 정도의 세밀한 묘사들, 하지만 가족의 흥망성쇠만으로도 이야기는 흥미롭네요. 특히 지금의 시대적 기준에서도 순탄치 않았을 토니의 삶이 꽤 기억에 남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이 그 시대 부유한 상인 가문의 일반적인 모습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적 규범이나 생활양식, 특히 부를 축적하고 다루는 방식들을 보면서 과연 백 년 전에 쓰인 책이 맞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내용소개>

 

토니는 오랫동안 자기의 이름과 그 뒤의 공란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더니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었다. 잠시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펜을 잡아서 잉크병에 콱 찔러 넣었다가 집게손가락을 꼬부리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깨 밑으로 잔뜩 숙인 채 글씨를 썼다. 그것은 비스듬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껴 올라가는 서투른 글씨였다. <......1845년 구월 이십이일 함부르크의 상인인 벤딕스 그륀리히와 약혼.>

 

그는 잇몸에다 톡 쏘는 냄새가 나는 액체를 잔뜩 바르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나지막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잠자코 입을 크게 벌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토마스 부덴브로크는 양손으로 팔걸이의 벨벳 쿠션을 힘껏 붙잡았다. 그는 집게의 감촉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런 다음 입 안에서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울러 머리 전체를 압박하는 고통이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모든 게 최상으로 진행중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안녕!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 더는 안돼. 고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한량없이 커지며 극한에 이르렀다. 뇌수 전체를 갈기갈기 찢는 듯한 미칠 것 같은 고통은 인간으로서 참을성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고통을 극복해 냈다. 이제 난 기다려야 한다. 삼사 초의 시간이 흘렀다. 브레히트가 부르르 떨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애를 쓰는 것이 토마스 부덴브로크의 온몸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는 자리에서 약간 위로 올려졌다. 치과 의사의 목에서 나지막하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우지끈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부러질 것 같은 끔찍한 충격과 타격을 받았다. 그는 황급히 눈을 떴다. 압박은 사라졌으나 머리가 띵했다. 턱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불에 덴 것처럼 미칠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