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책

지상의 양식(1897) - 앙드레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보건교육사 리창 2020. 12. 11. 18:30

<지상의 양식(1897) - 앙드레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27p.

사람은 오직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행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최대한으로 많은 인간성을 수용할 것,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공식이다.

삶의 다양한 형태들이여, 너희 모두가 다 나에게는 아름답게 보였다.

 

45p.

나타나엘이여, 결코 미래 속에서 과거를 다시 찾으려 하지 말라. 각 순간에서 유별난 새로움을 포착하라. 그리고 그대의 기쁨들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차라리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어떤 다른기쁨이 그대 앞에 불쑥 내닫게 된다는 것을 알라.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그대가 길을 가다가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면 - 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85p.

본시 사랑하는 감정을 타고난 나의 마음은 마치 흐르는 물체처럼 온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떤 기쁨도 나 자신만의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를 그 기쁨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혼자서 즐길 수밖에 없을 때는 굳게 자부심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125p.

나는 도취가 생각들을 약간씩 변형시켜 놓는 것을 경험해 보았다. 생각들이 마치 망원경의 통에서 나오듯이 술술 나오던 어느 날이 생각난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생각이 언제나 벌써부터 가장 오묘한 듯해 보였다. 그리고 그 생각에서 더욱 교묘한 생각이 나오곤 했다. 어느 날에는 생각들이 어찌나 동글동글해지는지 그냥 저절로 구르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생각이 난다. 어떤 날에는 생각들이 하도 신축성을 띠게 되어 어느 것이나 차례로 다른 모든 것의 형태를 띠게 되고 또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던 생각이 난다. 또 어떤 때는 두 개의 생각이 평행선을 이루면서 그렇게 영원무궁토록 커가려는 것 같기도 했다.

 

167p.

나는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서 산보를 한다. 애써 보려하지 않아도 다 보인다. 신기로운 교향곡이 형성되어 나의 마음속에는 들어보지 못한 감각들이 엮어진다. 시간이 지나간다. 태양이 중천에서 수직으로 내리쬐지 않을 때에는 걸음이 느리게 되는 것처럼 나의 감동도 느려진다. 이윽고 나는 사람이건 사물이건 내가 열중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 그러나 되도록 움직이는 것으로 정한다. 나의 감동은 고정되어 버리면 곧 생기를 잃어버리니까. 그럴 때면 나는 새로운 순간마다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맛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p.

내 책을 던져버려라. 이것은 인생과 대면하는 데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자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라. 너 자신의 자세를 찾아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하지 말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말하지 말고 - 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면 글로 쓰지 말라. 너 자신의 내면 이외의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은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리고 초조하게 혹은 참을성을 가지고 너 자신을 아! 존재들 중에서도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하라.